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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커피™ ]
소녀의 눈빛이 날카로운 칼과 같이 느껴젔다 낯선 풍경, 낯선 사람들, 그 속에서 내 삶의 그림자를 본것이다. 괜찮은 척, 말은 않했지만 나라고 왜 아무 생각이 없었겠어. 때로는 부모를 원망하기도 했고, 세상을 원망하기도 했고, 한때는 원망도 많았었지. 내 자신이 부끄러워 숨어 버리고 싶었지만 그래도 살았어. 그것들을 드러내지 않고 억척스럽게 살았어. 살다보니 살아지고, 살다보니 잊혀지고 살다보니 용서도 되고, 이해도 되고, 다 그렇더라 지금은 내 자신을 보고 살아. 과거는 과거일 뿐이라 여기며 내 자신을 스스로 책임지며 사는거지.
[ 라낙푸르 여름궁전 호텔의 수문장 할아버지 ] 흰수염 때문인지 이분을 싼타할아버지라고 부른다. 내셔널지오그래픽에 표지모델로 사진이 실린적이 있어서 나름 이곳에서는 유명하신 분이란다. 찬델라오에서 우다이푸르로 가는 도중에 하룻밤 묵었던 라낙푸르의 여름궁전호텔 (FATE BAGH 호텔)은 중세시대 우다이푸르 왕이 여름 별장으로 사용했던곳이라 규모는 작았지만 섬세한 아름다움은 최고였다.
흙먼지를 날리며 마차와 소떼가 다니던 라자스탄 길에는 이제 아스팔트가 깔리고 버스가 다닌다. 거대한 소떼를 몰고 다니는 라지푸트 후예들의 강인한 생활상을 엿볼수 있는 이런 광경을 아마도 다음에 이곳에 온다면 볼수 없을것이다 유목민들이 다니던 길이 사라지고 있는것이다.
자연과 야생 속에서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은 나처럼 복잡하지 않고 꾸밈없이 단순하고 간단하다
조드푸르의 랜드마크라고 할 수 있는 메헤랑가르 성에서 만난 사람들
찬란했던 라자스탄의 영광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고, 어떻게든 먹고 살아야 한다는 절박한 현실이 눈앞에 놓여 있슴에도 이 여인의 평온한 미소는 무엇이란 말인가 실로 대단하다고 느껴젔다. 그래서 근심은 알고나면 ‘허수아비’라고 했던가? 오늘도 라자스탄 여인들은 쉴 틈이 없다.
얼굴이 쪼글쪼글해도, 머리가 백발이 되어도 자신의 모습 그대로 만족하게 느낀다면 지금 이대로가 아름다움이고 행복이겠지. 목부(牧夫) 에게 사진을 찍자고 했더니 순금 귀고리를 은근히 자랑하며 포즈를 취해준다 몇마디 짧은 만남에도 진지하고 전혀 그늘을 느낄수 없었고 지금 그가 가진 행복의 크기를 쉽게 가늠할수 있었다. 그는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떻게 살고 있는지 굳이, 그의 집에 가 보지 않아도 짐작할수 있을 것 같았다 그래, 행복이란게 뭐 벌거 있겠어? 나에게는 깨달음의 시간이었다
[ 이른 새벽, 사람들이 제일 먼저 모이는 찻집 ] 맛살라차이라 불리는 인도식 전통 차(차이)는 생우유, 생강 그리고 카다몸과 같은 향신료를 홍차와 같이 우려내는데 몸을 따뜻하게 하고 아침 기운을 북돋운다. 찻집 주인이 주전자를 높이 들고 차를 붓는 묘기를 부리고 있다. 여행을 가면 그곳의 새벽 풍경이 궁금하고 민낮으로 하루를 맞이하는 사람들 모습이 보고 싶어진다. 라자스탄여행의 매력은 시대를 넘나드는 상상 체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사진가의 여행은 자유롭게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느린 템포의 여행이어서 보는 만족보다 느낌의 만족을 얻을수 있다. 비록 불편하지만 자연스러운 삶의 모습을 만나면서 오늘도 나는 새벽 산책길에서 충분히 느끼고 많은 영감을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