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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커피™ ]
[ 여름, 식물원 활용법 ] 이런 곳이 가깝게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식물원에는 여름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고 잘 만들어진 산림 정원의 숲길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 운동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이어폰으로 잠시 라디오를 듣는다 쉼은 녹색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그리고, 집에서 싸가지고 온 보온병의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는 나를 더욱 호사롭게 한다.
[ 지암곡 제3사지 삼층석탑 ] 이 탑은 용장사곡 삼층석탑처럼 천연의 암반을 기단으로 삼은 구조인데 주변에 무너 저 있던 것을 모아서 2003년에 다시 쌓았다고 한다 이 코스는 경주 남산 등산로 중에 가장 한적한 곳으로 소개되어 있는데 동남산 통일전 부근에서 시작하며 조용해서 사색을 즐기기에 좋았으나 여름 땡볕더위를 피할 수 없으니 땀이 비 오듯 하여 온몸이 흠뻑 젖었다.
[ 오늘의 걷기 운동 ] 경주 소금강산은 동네뒷산 같지만 국립공원이며 백률사를 비롯해 표암, 숭신전, 탈해왕릉 등 모두 인접해 있어서 탐방로를 따라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다 여름 무더위에 갈 곳을 고르다가 산책로 같은 등산로를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곳 오늘은 여기에서 걷기 운동을 하기로 한다 숲이 주는 치유의 힘 덕분인지 이렇게 걸으며 생각을 가다듬으면 심신이 안정되고 또 하루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래서 산이 좋다 다만 이 산길을 언제까지 힘차게 걸을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은 없지만.
[ 아주 오래된 이야기 ] 옛날에 어릴 적 어느 봄날 나이가 많아 보이는 원숭이 두 마리가 양지바른 곳에 앉아서 서로 털을 골라주는 모습을 본 적이 있어 그때 나는 그걸 보면서 사랑이구나 생각했었지
[ 신들이 노닐고 왕이 잠든 곳 ] 낭산은 그다지 높지 않으며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고 있어서 힘들지 않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엔 더없이 딱 좋다 경주 낭산(狼山)이라고 하면 어디냐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신유림(神遊林)이라는 옛 지명처럼 신성한 장소로 여기던 곳이며 지금은 선덕여왕릉과 사천왕사지 가 있고 황복사지 삼층석탑, 낭산 마애보살삼존좌상 등 문화유적이 모여있다. 걷는 동안 다행히 많이 덥지는 않았다 사천왕사지에는 초석들과 목이 잘린 귀부(龜趺)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덕여왕릉을 향해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억 겹 세월을 견딘 소나무들이 마치 여왕의 호위 무사처럼 왕릉을 향해 울창하게 숲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낭산은 신들이 노닐고 왕이 잠든 곳이다 뜻깊은 장소를 느리게 걸어보며 모처럼 사색의 시간을 보낸..
[ 경주 율동 마애여래삼존입상 ] 집을 나서는데 장마철답게 갑자기 빗방울이 떨어진다 다시 집으로 돌아갈까 하다가 불현듯 생각난 곳이 이곳이었다 평소 워낙 찾는 사람들이 드문 곳이니 오늘 같은 날 조용하고 고즈넉하여 머물기 좋으리라 마음 안에 부처를 만나려면 자기 자신을 꺼내어 독대를 하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라 했으며 비우고 또 비울 때 비로소 가득 찰 수 있다 하였으니 비우고 비우고 또 비운다 예상대로 머무는 동안 아무도 오지 않았다 추적추적 빗소리 외에는 아래 성주암 절집은 비어 있어서 염불소리, 목탁소리도 없었지만 고요하고 적막한 이곳이 오늘 특히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