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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커피™ ]
[ 봉인 封印 ] 그럭저럭 잘 견디며 한 해를 보냈다 시간이 훌쩍, 이렇게나 흘렀구나 내일 보다는 오늘이 더 중요한데 오늘 나는 살아있으니 행운이고 축복이다 새해에도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골라내며 하루하루 살아야겠지 오늘밤엔 부칠 수 없는 편지라도 써 볼까?
[ 또다시 12월 ] 흐르는 것이 어이 강물뿐이랴 모든 존재는 흐르고 이 세상과 저 세상 간격 (間隔)에서 눈물이 뜨겁다
[ 지긋한 눈빛. 조용한 미소 ] 내가 보리사를 찾는 이유는 절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절집 뒷편에 있는 석불을 보러 가는것인데, 석불의 정확한 명칭은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36호) 이다 오래전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에 심취하여 경주의 유적들을 한창 찾아보고 다닐 때 처음 여기 왔었는데 내가 만나 본 불상 중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역사유물이며 엄청난 예술품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주 남산은 석탑과 불상 등이 가득하여 불국정토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할수 있는데 천년세월 수난으로 불두(佛頭)가 없는 석불이 많은 반면 보리사 석불좌상은 다행스럽게도 온전한 모습 그대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석불좌상은 언듯 멀리서 보기에도 자비심 가득한 모습이며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부드러우..
[ 옥룡암의 애기단풍 ]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실개천 오솔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으면 내 눈앞에 남산자락 옥룡암의 가을색 향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래,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애기단풍이 제일 예쁘지 1년에 꼭 한번 이맘때 들려보는 옥룡암.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애기단풍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고 역광에 부서지는 붉은 단풍잎의 황홀한 색감에 취할 수 있으니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나무는 어찌하여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순간에 낙엽을 떨구는가 떨어진 낙엽들이 실개천에 몸을 내어주고 바쁘게 떠나는 가을 뒷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참 무심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나 괜찮다. 낙엽마저 즐길 줄 안다면.
[ 망덕사지에서 ] 여기는 통일신라시대 사찰인 망덕사의 절터. 수많은 인연의 고리가 여기 있겠지. 남서쪽 솔밭에 남아 있는 당간지주는 보물로 지정되어 있고 황룡사 9층 목탑을 넘는 13층 쌍 목탑이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니 아마도 이 절집은 황룡사, 사천왕사, 황복사와 함께 경주의 중요한 사찰로서 상당히 웅장했을 것이다. 그러나 북적임이 비워지면 고요해지듯이 이젠 흔적만 뒹굴고 아무도 여기 오지 않는다. 비워지고 다시 채워지는 것이 우리가 사는 세상의 순환이겠지 빈터, 여기저기를 거닐다가 바람에 일렁이는 억새를 한참 바라보았다.
[ 가을 탓 ] 감산사는 집에서 가까운 곳인데도 처음 와 보았다 절집 뒷마당 통일신라시대 삼층석탑 앞에서 역사책에 나오는 이력을 그려보며 조용히 관람객으로 머물렀다 가을이어서 그런가? 그냥 무심히 보고 있으니 더 공허하고 부질없는 생각과 함께 소식을 모르는 사람들 모습이 스치듯 떠 올려진다 오늘은 아주 먼 곳을 다녀온 느낌이다 아마도 가을 탓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