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사진Blog 담배와 커피™ (1806)
[ 담배와 커피™ ]
[ 사랑과 원망 | 장사 벌지지 長沙 伐知旨 ] 남천의 흐르는 물줄기를 바라보며 망덕사지 가는 길을 한가롭게 걷다 보면 제방 위에 '장사 벌지지'라는 표석이 보인다 산책길에 이곳을 지날 때마다 신라충신 박제상과 그의 부인의 이야기가 담긴 벌지지 표석 앞에서 자연스레 발길을 멈추게 되는데 삼국유사에 담겨있다는 망덕사 이야기와 남편을 쫓아 망덕사 앞 모래밭까지 달려왔지만 결국 만나지 못한 부인의 애달픈 사연을 떠 올려 보게 된다 오래전부터 전해 내려오는 역사 속 이야기이기에 믿고 안 믿고는 사람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 있겠지만 비록 내 눈에 보이지 않고, 내 귀에 들리지 않는다 하여도 남편에 대한 사랑과 원망. 그리고 한없는 애환을 공감하며 믿고 느끼게 되는 것 같다.
[ 세월 속의 나 ] 모처럼 카메라에 담긴 내 모습은 왠지 텅 빈 듯 낯설고 미약했다 평소 내가 품었던 생각 속의 내 모습과 사진 속의 내 모습, 모두 똑같은 나 자신이건만 잠깐 시간이 흐른 사이에 당당함은 사라지고 지금의 내 모습은 어딘가 모르게 구부정하고 흐릿하다 아름다움을 느끼는 사람의 마음은 역시 주관적이다 세월 앞에 나 자신에게 미안함이 느껴진다 이 갈증을 얼른 해결하고 흔들리고 있는 나를 수습하자
[ 겨울바다 ] 내가 사는 곳에도 바다가 있는데 3시간이 넘게 7번 국도를 달려서 이곳까지 온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칼바람이 차갑게 품속을 파고드는 극한(極寒)의 추위와 아무도 없는 빈 바다가 보고 싶었지만 뜻밖에 날씨는 포근했고 바닷가에는 삼삼오오 사람들이 많았다.
[ 봉인 封印 ] 그럭저럭 잘 견디며 한 해를 보냈다 시간이 훌쩍, 이렇게나 흘렀구나 내일 보다는 오늘이 더 중요한데 오늘 나는 살아있으니 행운이고 축복이다 새해에도 내 것이 아닌 것을 잘 골라내며 하루하루 살아야겠지 오늘밤엔 부칠 수 없는 편지라도 써 볼까?
[ 또다시 12월 ] 흐르는 것이 어이 강물뿐이랴 모든 존재는 흐르고 이 세상과 저 세상 간격 (間隔)에서 눈물이 뜨겁다
[ 지긋한 눈빛. 조용한 미소 ] 내가 보리사를 찾는 이유는 절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절집 뒷편에 있는 석불을 보러 가는것인데, 석불의 정확한 명칭은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36호) 이다 오래전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에 심취하여 경주의 유적들을 한창 찾아보고 다닐 때 처음 여기 왔었는데 내가 만나 본 불상 중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역사유물이며 엄청난 예술품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주 남산은 석탑과 불상 등이 가득하여 불국정토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할수 있는데 천년세월 수난으로 불두(佛頭)가 없는 석불이 많은 반면 보리사 석불좌상은 다행스럽게도 온전한 모습 그대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석불좌상은 언듯 멀리서 보기에도 자비심 가득한 모습이며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부드러우..
[ 옥룡암의 애기단풍 ] 마을 입구에 주차를 하고 실개천 오솔길을 따라서 천천히 걸으면 내 눈앞에 남산자락 옥룡암의 가을색 향연이 아름답게 펼쳐진다 그래, 가을에는 뭐니 뭐니 해도 애기단풍이 제일 예쁘지 1년에 꼭 한번 이맘때 들려보는 옥룡암.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이곳에서 애기단풍의 아름다운 자태를 볼 수 있고 역광에 부서지는 붉은 단풍잎의 황홀한 색감에 취할 수 있으니 나에게는 소소한 행복이다 나무는 어찌하여 가장 아름답고 눈부신 순간에 낙엽을 떨구는가 떨어진 낙엽들이 실개천에 몸을 내어주고 바쁘게 떠나는 가을 뒷모습을 보면서 시간이 참 무심하다는 걸 느낀다. 그러나 괜찮다. 낙엽마저 즐길 줄 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