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담배와 커피™ ]

겨울, 길 위의 생각... 본문

바람기억/MONOLOG

겨울, 길 위의 생각...

skypark박상순 2014. 12. 4. 06:30

 

고/적/한/ 날/

살아있는 것들은 모두 웅크리고, 고요한 기다림의 시간 입니다.
겨울을 견디는 시간은... 마음속에 있던 할말을 다 하고 난 뒤에 오는 공허함 같은 것.

 

 
(주) 음악 링크 : 그림을 클릭하시면 "곽성삼 - 귀향(歸鄕)" 을 들으실수 있습니다.

얼마전에 알게 된, 아주 오래 된 노래 한곡을 소개 합니다.
통기타 가수모임의 1세대 주전가수로 활동하다가 홀연히 사라젔던
곽성삼이 살아온 질곡의 삶을 알게 되었고, 요즘 이 노래를 자주 듣고 있는데
순박하면서 맑은 영혼의 소리가 참 좋으네요. 
아름다운 한 편의 시를 만나는 느낌 입니다. 

늘 다니던 길이 갑자기 고적해 보이는 날이 있습니다.
아침 저녁으로 다니던 길인데 그 길이 넓어 보이고 허전해 보입니다.
아무도 지나다니지 않을 때는 더욱 그러합니다.

 

그 길로 수없이 많은 사람이 지나가고 수많은 바퀴 자국이 오고갔는데,
잠시 보낼 것은 다 보내고 누워 있는 길을 만나면
그 길이 그렇게 고적해 보일 수가 없습니다.
그 위에 늦은 햇살이 내려와 있으면 오래오래 나도 거기 앉아 있고 싶습니다.

 

하늘 그 먼 곳에서 지상의 아주 작은 유리창에까지 있는 것을 다 내주었는데도
가까이 오는 것은 바람뿐인 저녁. 별들이 차가운 바람으로 몸을 씻고
하얗게 반짝이는 모습은 우리 마음을 고요히 흔들곤 합니다.
차가운 아름다움. 그런 별 아래서 더욱 외로운 날이 있습니다.

 

정말 열심히 살았는데도 하루 일을 마치고 돌아오면서 외로운 날이 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 사이를 지나오면서, 흔들리는 저녁차에 매달려 돌아오면서
깊이깊이 외로운 날이 있습니다. 나누어 가질 수 없는 외로움.
한지에 물이 배어 스미듯 몸 전체로 번져 가는 이 저녁의 고적함.
저녁 무렵의 고적함 속에 끝없이 가라앉는 날이 있습니다.
- 고적한 날 中에서 | 도종환 -

 

 

'바람기억 > MONOLOG'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늘을 위하여  (0) 2020.02.07
참으로 두려운게 시간 입니다...  (20) 2014.12.08
시간의 정원...  (16) 2014.12.01
낙엽으로 지다...  (34) 2014.11.21
가을의 소원...  (24) 2014.11.19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