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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기억/MONOLOG

아버지의 유산...

skypark박상순 2013. 2. 19. 06:30

 

쌀 장사를 하시던 아버지의,  가장 빛나는 유산으로 여기며 제가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건, 
아버지의 소소한 일상이 적혀 있는 작은 수첩 하나와,  생업으로 사용하시던 '됫박' 입니다.
시골 5일장을 다니시며 곡물 도소매를 하셨던 아버님이 쌀
가게를 열어서 이걸로 한말, 한되, 반되... 손수 사용하시던 물건이라
가끔씩 꺼내어 놓고 보면서... 여기에 수백번 수천번도 더 닿았던 아버지의 손길을 생각해 보곤 합니다.


아버지의 일생을 지금 생각해보면, 눈을 돌려 여유 한번 누려 보지도 못하시고, 자식들 공부시키느라고
취미생활 하나 없이, 우직하고 묵묵하게 오로지 앞만 보고... 일생을 소처럼 일하시며 최선을 다하셨던것 같아요.

 

쌀집 아들로 살았지만, 점점 기울어저가는 집안 형편 때문에 철부지 시절에는, 아버지 같이 답답한 인생을 되풀이 하며 살지 않겠다는 생각을 한적도 있었지만,
그 시절 아버지 스스로 본인이 가지고 있는 최고의 지혜를 모아 인생을 살아 내신거라는걸 인정하고 이해를 해요.
또한 세월이 흐르고 보니, 제 모습이 여러 가지로 아버지와 많이 닮아 있슴을 저 스스로 많이 느끼게 되네요.

 

어려서부터 지금까지도... 못난 아들이라 부끄럽고,  겨우 제 자리만을 지키며 애쓰고 살아가고 있지만
다른건 몰라도, 부모님 앞에서 당당하고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지 못한채 
항상 뒷자리에서 서성이며, 효(孝)를 모르고 살아온 지난날이 제일 많이 후회 됩니다.

 

지난 설날에 산소에 다녀올때, 문득 회고해보니...제가 나이를 먹는만큼 아버지에 대한 기억들도 희미해지는걸 느끼게 되고,   
아버지께서 살아 계셨다면, 금년이 100세가 되는 의미있는 해라는걸 알고 나니 더욱 만감이 교차 하더군요.
모처럼 아버지의 손때 묻은 이것들을 펼처 보면서,  살아 생전에 해 보지 못한 말이었지만... 조용히 되뇌여 봅니다.
아버지 사랑 합니다. 사랑 했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너무 늦어 죄송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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