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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집이 그리울때마다 펼처보는 작약꽃 사진... 본문

바람기억/MONOLOG

고향집이 그리울때마다 펼처보는 작약꽃 사진...

skypark박상순 2011. 7. 1. 06:35


- 꽃밭 | 도종환 -

내가 분꽃씨 만한 눈동자를 깜빡이며 처음으로 세상을 바라보았을 때  거기 어머니와 꽃밭이 있었다
내가 아장아장 걸음을 떼기 시작할 때 내 발걸음마다 채송화가 기우뚱거리며 따라왔고
무엇을 잡으려고 푸른 단풍잎 같은 손가락을 햇살 속에 내밀 때면  분꽃이 입을 열어 나팔소리를 들려주었다




왜 내가 처음 본 것이 검푸른 바다 빛이거나 짐승의 윤기 흐르는 잔등이 아니라  과꽃이 진보라 빛 향기를 흔드는 꽃밭이었을까
민들레 만하던 내가 달리아처럼 자라서 장뜰을 떠나온 뒤에도 꽃들은 나를 떠나지 않았다
내가 사나운 짐승처럼 도시의 골목을 치달려갈 때면 거칠어지지 말라고 꽃들은 다가와 발목을 붙잡는다
슬픔 속에 잠겨 젖은 얼굴을 파묻고 있을 때면 괜찮다고 괜찮다고 다독이며 꽃잎의 손수건을 내민다




지금도 내 마음의 마당 끝에는 꽃밭이 있다.  내가 산맥을 먼저 보고 꽃밭을 보았다면 꽃밭은 작고 시시해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꽃밭을 보고 앵두나무와 두타산을 보았기 때문에 산 너머 하늘이 푸르고 싱싱하게 보였다
꽃밭을 보고 살구꽃 향기를 알게 되고  연분홍 그 향기를 따라가다 강물을 만났기 때문에 삶의 유장함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내가 처음 눈을 열어 세상을 보았을 때 거기 꽃밭이 있었던 건 다행이었다. 지금도 내 옷 소매에 소박한 향기가 묻어 있는 것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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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꽃을 보고 있으면  오래전 고향집과 어머님이 생각 납니다.
초여름, 앞마당 꽃밭에 피어있던 이꽃에 물을 주시는 모습은 늘 편안하게 느껴젔었거든요.
예전엔 몰랐었는데...  그래서 더 애뜻하고 그리움이 가득한 꽃.
나만이 오래 간직하고픈, 어머님의 향기가 느껴지는 작약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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