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두리와 사모관대를 쓰고, 비단 혼례복을 입은 신랑신부가 마주 섰다. 혼례상에 마주 앉혀논 장닭과 암탉이 앞에 놓아둔 쌀을 쿡쿡 쪼고 있었다...
전통혼례 식순을 알리는 글을 '홀기'라고 하는데, 홀기는 혼례식을 진행하는 순서입니다. 순서는 지방 풍속에 따라 약간의 차이는 있다고 합니다.
전안례와 교배례, 합근례를 합쳐서 초례라고 하며.... 그래서 혼례를 올리는 것을 "초례를 치른다" 라고 한답니다.
전안례(奠雁禮)---전통혼례에서 결혼 당일 신랑이 대례를 치르러 신부집에 갈 때 기러기를 가지고 가서 초례상(醮禮床) 위에 놓고 절을 하는 절차입니다. 신랑은 가지고 온 나무기러기를 놓고 2번 절하고, 기러기를 치마폭에 싸가지고 방에 들어가 아랫목에 시루로 덮어 놓습니다. 치마폭에 감싸는 것은 기러기가 알을 잘 낳으라는 뜻이며 시루로 덮는 것은 숨쉬기 좋게 함이랍니다. 이후 부축받은 신부가 대례청으로 나와 예식이 시작됩니다.
제례집사의 구령에 따라 신랑 신부는 쉴새 없이 절을 합니다. 하지만 혼례의 식순은 모두 신랑신부 모두를 위한 정갈한 의식이지요...
교배례(交拜禮)---초례상 앞에서 신랑, 신부가 절을 주고 받는 절차를 말합니다. 상에 올려지는 음식들은 저마다 의미를 지니는데 대추는 자손의 번영을, 팥은 악귀를 물리치는 데, 밤과 대추는 장수와 다남(多男)을 나타내 반드시 올려집니다. 또한 소나무와 대나무는 송죽같은 굳은 절개를 지킨다는 뜻에서 놓여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