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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커피™ ]
[ 지암곡 마애여래좌상 - 근세불 ] 경주 남산은 돌부처의 숲이다 이 땅에 머물면서 불꽃처럼 이 세상을 살아내던 수없이 많은 사람들의 간절한 기도와 바램이 이곳에 머물렀을 거라 생각하면 저절로 경건한 마음이 든다 언제부터였을까, 시간을 거슬러 오래전부터 누군가의 간곡한 발길이 이곳에 닿아 있었음을 지암곡 큰바위 아래 기도처에서 조용히 느껴보았다 무심히 지나가는 세월앞에 미미하게 살고있는 나 자신을 되돌아 보며.
[ 여름, 식물원 활용법 ] 이런 곳이 가깝게 있으니 고마운 일이다 식물원에는 여름 땡볕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 있고 잘 만들어진 산림 정원의 숲길에서 피고 지는 꽃들을 만날 수 있다 산책로를 따라 걷기 운동을 하다가 벤치에 앉아 이어폰으로 잠시 라디오를 듣는다 쉼은 녹색자연이 주는 선물 같은 시간이다 그리고, 집에서 싸가지고 온 보온병의 뜨거운 커피 한잔을 마시는 여유는 나를 더욱 호사롭게 한다.
[ 오늘의 걷기 운동 ] 경주 소금강산은 동네뒷산 같지만 국립공원이며 백률사를 비롯해 표암, 숭신전, 탈해왕릉 등 모두 인접해 있어서 탐방로를 따라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다 여름 무더위에 갈 곳을 고르다가 산책로 같은 등산로를 부담 없이 걷기 좋은 곳 오늘은 여기에서 걷기 운동을 하기로 한다 숲이 주는 치유의 힘 덕분인지 이렇게 걸으며 생각을 가다듬으면 심신이 안정되고 또 하루 나를 살게 하는 힘이 되어 준다 그래서 산이 좋다 다만 이 산길을 언제까지 힘차게 걸을 수 있을지 점점 자신은 없지만.
[ 신들이 노닐고 왕이 잠든 곳 ] 낭산은 그다지 높지 않으며 부드러운 능선을 이루고 있어서 힘들지 않고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엔 더없이 딱 좋다 경주 낭산(狼山)이라고 하면 어디냐고 고개를 갸웃하지만 신유림(神遊林)이라는 옛 지명처럼 신성한 장소로 여기던 곳이며 지금은 선덕여왕릉과 사천왕사지 가 있고 황복사지 삼층석탑, 낭산 마애보살삼존좌상 등 문화유적이 모여있다. 걷는 동안 다행히 많이 덥지는 않았다 사천왕사지에는 초석들과 목이 잘린 귀부(龜趺)가 눈길을 사로잡는다 선덕여왕릉을 향해서 오솔길을 걷다 보면 억 겹 세월을 견딘 소나무들이 마치 여왕의 호위 무사처럼 왕릉을 향해 울창하게 숲을 이룬 모습이 장관이다 낭산은 신들이 노닐고 왕이 잠든 곳이다 뜻깊은 장소를 느리게 걸어보며 모처럼 사색의 시간을 보낸..
[ 구황동 모전석탑지에 머물다 ] 모전석탑지에는 하얀 개망초들이 흐드러지게 피었고 모전석탑 감실문 입구를 지키던 인왕상이 묵묵히 세월을 견디고 있었다 이곳이 도림사지로 추정되는 자리라니 과거로의 시간과 그때의 영화를 생각해 본다 흔히 말하기를 경주에는 삶과 죽음이 공존하며 한때 화려했지만 폐허가 된 유적지가 있어서 다가가면 삶의 방향을 지혜로서 찾을 수 있는 곳이라고 한다 우리네 사는 게 구름 한 점 모였다 흩어지는 것과 같으니 무거운 세상, 살아있는 이 찰나에 마음이라도 가벼워야 견딜 수 있는 것 같다.
[ 동네 뒷산의 재발견 ] 동네주민들이 운동 다니는 아파트 뒷산에는 아무것도 볼거리가 없을 거라 애초부터 큰 기대는 없었는데 그게 아니었다 생강꽃, 산수유가 온 산을 노랗게 물들이더니 잠깐사이에 벚꽃과 진달래가 만발하여 지금 산책길을 아름답게 물들이고 있다 봄꽃들은 잠깐사이에 피고지니 요즘에는 힘든 줄도 모르고 더 자주 뒷산에 오르게 된다 더구나 노루귀 야생화 한송이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어찌나 반갑던지... 혹시 해서 며칠간 그 주변을 서성거렸으나 아쉽게도 더 이상은 만나지 못했다.
[ 봄날의 하루 ] 그리운 것들이 다시 돌아오는 계절 봄이 왔다고, 꽃이 피었다고 소식을 전해온다 그래, 해마다 이맘때쯤에는 꼭 한번 오릉의 목련을 보러 갔었지 목련은 여기만큼 아름다운 곳도 없는 것 같아 더구나 관광객들로 북적이지 않아서 더 좋은 곳. 새로운 봄날의 하루를 목련을 보며 여유롭고 우아하게 흘려보내고 왔다.
[ 지긋한 눈빛. 조용한 미소 ] 내가 보리사를 찾는 이유는 절집에 가는 게 아니라 절집 뒷편에 있는 석불을 보러 가는것인데, 석불의 정확한 명칭은 경주 남산 미륵곡 석조여래좌상 (보물 제136호) 이다 오래전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 책에 심취하여 경주의 유적들을 한창 찾아보고 다닐 때 처음 여기 왔었는데 내가 만나 본 불상 중에 가장 완벽하고 아름다운 역사유물이며 엄청난 예술품이라고 생각되었다 경주 남산은 석탑과 불상 등이 가득하여 불국정토를 상징하는 장소라고 할수 있는데 천년세월 수난으로 불두(佛頭)가 없는 석불이 많은 반면 보리사 석불좌상은 다행스럽게도 온전한 모습 그대로 이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 석불좌상은 언듯 멀리서 보기에도 자비심 가득한 모습이며 이목구비가 또렷하고 부드러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