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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담배와 커피™ ]
굳이 얼굴을 마주하지 않아도 어쩌면 알수 있을것 같아~~ 지금 당신의 표정을. 그리고 당신의 생각을. 차츰 익숙해지고 또 그렇게 살아가는거겠지, 여기 나 처럼.
그 남자를 만났을 때 갑자기 화살 하나가 날아 오고, 가슴이 탁 막혔다. 잠시 시간이 멈춘듯 먹먹 했는데, 운명처럼 거기에 내가 서 있었다. 나에게 오는 인연은 나를 깨우처 주기 위한 선지식 이라고 했던가? 출구가 없어 보이는 그에게 나는 이기적 이었다고... 내가 정말 미안하다고 고백하고 싶었다. ------------------------- 벙어리가 된것 처럼 속으로 아픔을 삭히며 나는 또 하나의 세상을 사진으로 담았다. 사진가에게 사진은 촬영으로 끝나는게 아니다 이 사진의 원본은 내 마음 속 깊은곳에 있다 .
[ 내게 말해 줘 ] 삶이 너무 아플때, 희망을 갖고 싶을 때, 무엇에 기대어 사는 것이 가장 좋을까?
나도 소년이었을 땐 앞만보고 걸었고 무지개 꿈을 꾸며 살았지. 그런데 정말 잠깐 사이에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담은 사진중에 가장 평화롭고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던 장면의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이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건다.
데오가르를 향해서 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스치듯 만났던 길위의 코끼리. 이색풍경에 화들짝 차창밖을 향해서 셔터를 눌렀으니 마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 아니었나 싶지만 낮선곳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 하나가 동심을 자극하고 기쁨을 주었던 순간이었다.
[ 사다르가르 마지막 날 아침 | 성곽 망루에 올라 ] 슬픔과 허무함은 여기 놓고 가야지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쉽지만 인내하고 이해하는 일은 어렵다. 식지않는 사랑을 하고 싶지만, 서툰 사랑을 하는 이유는 성급했다거나 빈틈이 있었을것이다. 삼각대에 카메라를 걸어놓고 비우고 싶고, 채우고도 싶은, 내 안의 고뇌들을 다독여 본다. 갈팡질팡하는 나의 마음은 언제쯤 잠잠해질까 슬픔과 허무함은 여기에 남겨 놓고 가야지. 아주 멀리 왔다는 생각만으로도 광할한 자연 앞에서 온기를 느끼게 한다. 또 하루가 밝아 온다.
나의 미래에 대한 답은 무엇일까? 지금 나에게 필요한것이 대단한 성공이 아닌만큼 열리지 않는 문을 바라보며 조급해야 할 필요는 없다. 스스로 나를 확인하고 존재의 이유를 찾는 것이 오히려 의미가 있는것이겠지. 더 이상 과거속에 머물며 가슴 아파하지 말자. 비록 나의 삶은 기대만큼 만족스럽지 못했으나 아직도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은 오지 않았으니까. 가슴을 열어 외처 본다. 이 아침, 떠 오르는 태양을 보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