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라자스탄 (69)
[ 담배와 커피™ ]
구경꾼 : 어떤 것에 흥미나 관심을 가지고 보는 사람 마을에 들어서면 잠깐사이에 소문을 듣고 아이들이 모인다. 사진기를 들고 있는 낮선 외국인 모습 자체만으로도 아이들에게는 화제가 되는것이다. 나는 그들을 보고 , 그들은 나를 보고 우리는 서로 구경꾼이 된다
나도 소년이었을 땐 앞만보고 걸었고 무지개 꿈을 꾸며 살았지. 그런데 정말 잠깐 사이에 뒤를 돌아보는 나이가 되었다. 이번 여행에서 내가 담은 사진중에 가장 평화롭고 평온한 마음을 안겨주던 장면의 사진이다. 이 사진 한 장이 자꾸만 나에게 말을 건다.
[ 데오가르 마할 호텔 - Deogarh Mahal Hotel ] - 왕궁을 그 후손이 개조해서 운영하고있는 호텔 - 인도에서도 그 역사적 유산을 가장 잘 보존하고 있는 곳으로 꼽힌다. 350년 전 이 궁전을 지은 건축가들의 손길이 그대로 느껴저서 마치 시간을 거슬러 올라온 듯한 착각에 빠지게 한다. 한 시대를 풍미하고 바람처럼 사라진 왕조의 꿈과 희망이 여기 있었겠지... 세월에 의해 비록 낡았지만. 객실 중 다수는 당시의 호화로운 내부를 온전히 간직하고 있으며 성채의 벽에는 원래의 그림들이 그대로 남아 있다. 저녁 옥상 테라스에 올라가면, 차분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분위기에 빠지게 되는데, 술 한잔을 홀짝이며 별을 바라보고 있으니 한 순간에 마음을 흔들어 놓았다.
데오가르를 향해서 가는 버스 안에서 꾸벅꾸벅 졸고 있다가 스치듯 만났던 길위의 코끼리. 이색풍경에 화들짝 차창밖을 향해서 셔터를 눌렀으니 마치 어린아이 같은 행동이 아니었나 싶지만 낮선곳에서 만나는 소소한 풍경 하나가 동심을 자극하고 기쁨을 주었던 순간이었다.
이제 나는 열차에서 내려야 한다 소녀야, 오늘 우리의 만남을 기억 해 주렴 비록 짧은 시간이었지만 내가 네 앞에 앉았던 건 우연이 아닐거야 창밖 풍경보다 더 아름다웠던 소녀와의 이별이 아쉬워 사진을 몇장 더 담았다
열차는 높고 깊은 산속을 한참이나 달렸는데 원숭이 역으로 불리는 곳에서는 원숭이들이 먹이를 얻기 위해서 사람들에게 다가오고 열차에 뛰어 오르는 이색적인 모습도 보았다. 아주 잠깐이었지만 갑자기 술렁이고 원숭이를 반기며 환호했던 사람들 표정이 기억에 생생하다. 인도의 다양한 모습중에 또 하나를 본것이다.
호기심으로 모든 것이 신기했을거야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지루했던걸까 소녀의 나른한 표정까지 모두 귀엽다 소녀야, 나도 너와 같은 시절이 있었을텐데 등뒤의 시간을 돌아보는 나이가 되고보니 나는 네가 참 부럽구나